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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 이기주

Moonsaem's Review/Book, Movie

by 선한이웃moonsaem 2019. 11.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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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었습니다. 책을 쓴 이기주 작가 가 처음에는 여성 작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성 작가더군요. 책을 통해서 작가는 "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 정도 되십니까?"라고 은근히 내게 묻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도 "내 말의 온도는 지금 몇 도쯤 될까?' 하고 자문해봅니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는것이 아닙니다. 가슴에도 오래도록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히는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니 구구절절이 맞는 말입니다. 나도 인생을 살아가다가 힘들고 유난히 지치다고 느껴지는 어느 날 남편에게 들었던 지난날 사랑의 고백이나, 작은 위로의 말들이 떠올라 배시시 미소 지으며 힘든 마음을 탈탈 털어버릴 수가 있으니까요.

 

 

 

 

언어의 온도 책의 구성은  서문에서 '당신의 언어의 온도는 몇도가 됩니까'로 독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그리고 제1장에서는 말은 마음에 새기는 것이란 주제를 담고 있으며 , 2장에서는 '글은 지지 않는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제3장 , '행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각 장별로 가장 마음에 남는 글 한 문장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장에서는 말의 무덤 언총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입니다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고 혀를 감출수 없는 날, 입술 근육을 풀어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 구석에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뱉은 내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남의 말 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이 대목을 읽는 동안 나는 정곡이 찔린것처럼 마음이 따가왔습니다. '언어의 온도'저자  이기주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내 언어는 그동안 얼마나 교만에 자주 빠졌었는지 생각해보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외모가 온갖 우아함과 교양을 갖추었던 들 그 입에서 나오는 언어의 온도에서 그 사람의 인간됨과 우아함과 심지어는 인격까지도 가늠할 수 있으니 말 정말 잘 사용해야겠습니다. 말 한마디가 남에게 위로가 되고 생각 없이 뱉은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죽이는 일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어의 온도 2장 '대체할 수 없는 문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쓰는 것입니다'입니다. 엉덩이와 필력은 비례한다는 믿음은 상당히 근거가 있는 말 같습니다.

 

' 말의 믿음을 갖고 장시간 앉아있다 보면 분명히 다른 어떤 문장으로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장이 더 오르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잠복해 있던 단어가 문장으로 변하는 순간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신선함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니까 , 그래서 글을  쓰는 작업은 실패할 줄 알면서 시도하는 과정,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나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 어디 글쓰기만 그러할까요?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어려움이나 고난을 만날 때,  대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엉덩이를 붙이고 글을 쓰는 지구력으로 애쓰고 발버둥 치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그 어려운 시점을 지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언어의 온도 3장에서 작가는 사랑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랑은 두 사람의 단위로 묶이는 이기적인 감정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랑에 빠지게되면 우린 상대방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사라에는 이기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규정만으로 사랑의 본질을 단언할 수 없다. 사랑만큼 복잡한 감정도 없다. 기질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보완하고 아끼는 마음도 사랑이며, 각자가 지닌 삶의 조각을 맞추거나 서로에게 맞춰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많은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동일한 조건에서 연인끼리의 관계를 보고도 각기 자기 기준대로 판단합니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말이죠. 이 글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말했지만 나는 세상을 살면서 '내로남불'의 생각으로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없었는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을 보고 단지 말에 관한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말과 관련된 삶의 정석을 담고 있네요.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짤막짤막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편집되어있어서 일단, 글을 읽기에 내용적으로나 양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지루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소설처럼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못 이루고 날을 지새우게 하는 성질도 없습니다. 작은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이에, 산책로에서 조용한 의자에 앉아서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몇 편씩 읽고 일어나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려면 우리들의 마음의 온도, 말의 온도를 높여야겠습니다. 그래서 올 가을이 가기 전 읽어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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