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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심리학 / '당신이 옳다' 긍정의 힘

Moonsaem's Review/Book, Movie

by 선한이웃moonsaem 2019. 11. 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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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어가 사냥매처럼 마음속에서 내리 꽂히거나 저녁 강물처럼 흘러 들어올 때가 있다. '적정기술'이란 단어가 그랬다. 이런 사람 살리는 개념이라니, 심플하고 아름다웠다. 매혹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적정기술은 화성 이주를 꿈꿀 정도로 환상적인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간단하고 일산적인 결 핍으로 인간 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주목에서 비롯한 개념이다. 전 지구적으로 식량이 넘쳐나는데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이유를 따져 묻는 것과 비슷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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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윤택한 삶이 최종 목표나 과학, 그것도 과학만능주의 시대에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넘쳐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그 이유를 우리에게 최첨단 과학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적정한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소박하지만 위대한 성찰이다. 그래서 적정기술의 개념과 적용사례를 접했을 때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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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과학 기술들이 전해주는 결과는 결코 소박하지 않았다. 우뚝하고 놀라웠다. 적정기술이란 개념이 화선지 위의 먹물처럼 내게 스민 건 그때 내가 움켜쥐고 있던 문제의식과 맥이 닿아 있어서였을 것이다.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는 현장에서 생긴 문제의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심리치유와 관련해서 이어져온 전문가로서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심리학이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필요한 적정 심리학이 팔 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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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책의 서두에서 심리분야의 자격증에 대해서 ' 무용지물'이라고 까지 비판을 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 사건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봉사하던 지은이는 그곳에서 한계에 부딪힌 심리치료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피해자들을 위하여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다고 한다.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한 상담이 아닌 심리치료사들의  이런 태도가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었다. 그러한 행동들이"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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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적정 심리학' 책을 통해서 세월호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를 해준 이들은 자격증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이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와 정치권 세력들은 상처 입은 피해자들을 길바닥에 패대기쳐놓고 오히려 소금을 뿌려댔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한결같이 피해자들의 슬픔과 무기력 속에서 건지는 동아줄이 되었다. 그 굵은 동아줄의 치유 능력은 대단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진심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진심에서 나오는 깨달음과 그 바탕에서 나오는 봉사는 이론으로 무장한 심리전문가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결 힘과 효력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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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피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반 자원자는 처음에는 혼돈 속에서 갈팡질팡 하더라도 마침내 피해자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문 분야의 지식으로 뚜렷하게 뭔가를 치유하겠다고 나서지만 곧 존재감을 잃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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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왜 심리 치유 전문가일수록 치료에 실패하는 것일까? 사람의 목숨이 달린 현장에서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가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자격증의 의미란 무엇일까? 하고 작가는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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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적정 심리학을 통해서 스스로 답을 말해줍니다. 전문가들은 정신적인 문제의 해답을 뇌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그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공 모양의 물통처럼 소박하지만 강려한 힘을 가진 마음에서 찾는 것이 답이라고 합니다. 약물치료보다 더 빠르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또 다른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 마음의 힘의 중심이 공감이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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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품은 공감, 그 입체적인 공감은 집밥 같은 치유, 적정 심리학의 핵이라고 말합니다. 잘 모르고 보면, "어, 저걸 가지고 어떻게 뭘 할 수 있단 말이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공감의 위력은 어떤 힘보다 강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부유하든지, 가난하든지, 강자든지, 약자든지, 많이 배웠든지, 못 배웠든지 노인이든, 아이이든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고 합니다. 공감이 뭔지 정말로 알게 된다면 종이로 접은 새가 비둘기가 되어 날아가는 마술을 마음에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작가 정혜신씨가 책 '적정 심리학'에서 강조한 정서 부분이 '공감' 이더군요. 공감에 대해서 몇 구절만 옮겨 적습니다. ^^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있으면서도 낌새조차 내보이지 않고 소리없이 스러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라는 질문 하나가 예상치 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도 고통 속에 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충 조평판의 잣대를 들이밀며 다그친다. 내가 너에게, 나도 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충 조평판을 빼면 달리 할 말이 없어서다. 충 조평 판이 도움이 될 거라 믿어서라기보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일 때가 더 많다.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가. 결록적으로 해줄 말이 별로 필요치 않다.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존재,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적정심리에 있어서 공감은 힘이 세다. 강한 위력을 지녔다.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같은 힘을 가졌다. 공감은 돌처럼 꿈쩍 않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살리는 결정적인 힘도 가졌다. 치유와 알파와 오메가가 공감이라고 나는 믿는다. 삶의 생생한 저잣거리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과 마음을 섞고 감정을 공유한 끝에 얻은 깨달음이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 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 참다 참다 인내심을 일고 폭발하거나 폭발하지 않더라도 지치고 짜증이 나서 다시는 그 사람들 만나고 싶지 않게 된다. 적정 심리학의 가장 핵심은 공감능력인 것이다.

 

 

 

너를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공감하는 일이다. 대개는 여기서 걸려 넘어져 공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 구하는 일에서 결정적으로 실패한다. 상대에게 더 집중하려고 자기감정은 누르고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감정 노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에게 전하는 말의 내용 자체가 따뜻한가 아닌가 가 핵심이 아니라 그 말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말이 어디에 내려앉는 말인지가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향하고, 존재 자체에 내려앉는 말이 공감이다. 적정 심리학 =공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감은 상대를 공감 ‘해주는’ 일이 아니다. 내 상처가 공감받는 것에 예민하지 못하면 누군가를 공감하는 일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나와 너, 양방을 공감하지 못하면 어느 일방의 공감도 불가능한 것이 공감의 오묘한 팩트다. 그래서 공감은 너도 살리고 나도 구한다. 그래서 공감은 치유의 온전한 결정체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 과 즐거움이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확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한다. 적정 심리학에서 공감을 배제하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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