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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만나고....

끼적끼적....

by 선한이웃moonsaem 2019. 11. 2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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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산이 참 휑해 보인다. 산길을 걷다가 길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온몸이 검정색 비로드를 두른 듯 매끄러운 검은색 털이 나 있고 얼굴은 조로 가면을 쓴 것 같다. 작은 고양이의 털을 혀로 핥고 있는 큰 길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인 듯...... 그 옆에 몸을 딱 붙이고 체온을 나누고 있는 작은 고양이가 새끼인가 보다. 어미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자 옆에 있던 새끼도 엄마 고양이를 따라 일어난다. 새끼 고양이가 날카로운 야옹 소리를 내며 언덕 밑으로 뒹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뒤따르던 어미 고양이가 놀라서 달려 내려간다. 언덕 밑이라 그 이후 고양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 길고양이를 만나고 난 뒤, 아기 고양이가 떨어질 때 놀라서 어찌할 바 모르고 야옹야옹 소리를 지르던 어미 길고양이의 모습이 하루 종일 잊히지 않았다.

 

 

 

 

오늘 또 길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자동차 바퀴 휠에 끼어서 나오질 못하고 그 곁에서 어미 고양이 한 마리가 애를 태우며 야옹야옹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또 그 주변을 둘러싸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음 같아서는 고양이를 꺼내고 싶었는데 겁이 많은 나는 고양이를 꺼내주지 못했다. 차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통해서 차주에게 고양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후에 자동차 시동을 걸어 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왔다.  오늘도 그 길고양이를 만나고 돌아온 뒤 그 녀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오후 내내 마음이 안 좋다. 자동차 아래서 애를 태우며 야옹거리던 어미 길고양이 모습이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오늘 만났던 길고양이들을 생각하는 도중에 며칠 전 죽음으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난 연예인 구하라와 그녀의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그녀는 "TV를 보다가 연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됐어요. 연예인이 안 되더라도 지금 연습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라고 말하며 천진하게 웃던 소녀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4년 뒤, 그녀는 그토록 원하던 연애인이 되었다. 연애인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던 해맑은 소녀가, 10대 시절의 꿈을 이룬 시점에서 그녀는 세상을 등지고 떠났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영정 사진 앞에서 슬픔을 참고 눈물을 감추고 있다. 그녀의 부모님의 소리 없는 애통함이, 굴러 떨어지는 아기 고양이를 향해 야옹야옹울던 어미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보다 더 깊은 슬픔이겠지 생각하니 딸을 가진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다. 짐승도 새끼의 어려움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우는데, 생때같은 자식과 아픈 사별을 해야 하는 부모 심정은 지금 얼마나 참담할까... 

 

 

 

 

참 말이 많은 세상이다. 그 많은 말 중에 독을 품은 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상 인심이 갈수록 각박해진다. 그 각박한 인정 속에 나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녀가 셜리를 보낼 때 사람들은 온갖 독설로 그녀의 마음을 찔러댔다. “ 쇼하지 말라며 그렇게 그리우면 함께 가라며그녀가 전 남자 친구의 협박에 시달릴 때 검찰에서조차 그녀에게 독설을 했다. 말에 가시가 있어야만 독설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성관계를 맺번 했으며 어떻게 했는지 설명하라....”는 말을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녀를 취조했던 그 검찰의 누이가 구하라였다면 그때도 같은 질문을 했을까"? 그들이 무식한 사람들도 아니고 나름대로 지성인이라 자부할만한 사람들이.... 구하라의 죽음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회의 책임이 있다. 사회적 책임 중 중요한 지점 하나는 사법부에 있다 “성범죄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듯한 태도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재판 진행과 중죄를 진 가해자에 대한가벼운 처벌이 피해자 구하라를 얼마나 낙담하게 했을지 상상하기 어려울것이다. 재판에 관련된 판사는 피해자에게 치욕스런 성영상 비디오를 꼭. 두눈 뜨고 봐야 만했을까?

 

 

 

 

 

이기주 작가가 말했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고" 그리고 그가 말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이 있다고..." 현대인들은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다. 그런 다언증에 걸린 현대인들의 최대 공격 대상이 연예인이 아닌가 싶다. 다언이 실언이 되고, 망언이 된다. 이런 유의 말들이 한 사람의 자존감을 짓밟고 때로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빼앗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말은 머리에만 남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 더 오래 남는다. 마음 깊숙이 꽂힌 독설은 듣는 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피고름을 낸다. 그러나 따듯한 언어는 듣는 이의 마음에 꽃을 피우고 삶에 열매를 맺게 한다.

 

 

 

 

허한 마음에 누군가를 질근질근 씹어야 사람들의 마음이 충전 되는 것일까? 셜리를 보내고, 구하라를 보내고, 또 누구를 보내야만 밑도 끝도 없는 독설들이 사라질까....  꽃향기가 아무리 진하다고 해도 사람 향기를 따를수 없다는데,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데....  한 편에서는 그녀에게 힘내라며 위로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 그러나 선한 말 열 마디보다 악한 말 한마디가 더 영향력을 끼치는 법이다길고양이를 만나고 돌아온 저녁, 마음이 우울하다.

 

 

 

 

 

그러나 그녀가 떠난 뒤에도 악플로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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