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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를 들으며...

끼적끼적....

by 선한이웃moonsaem 2020. 1.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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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부터

창밖 복숭아나무 위에서 새들이 유난히 지저귄다.오랜 세월 음지에서 힘겹게 버티고 서 있는  복숭아나무는 늙었는지 병이 들었는지, 살이 짓무르듯 썩어간다.도심 한 귀퉁이에서 어울리지 않게 살고 있는 팔자 사나운 저 나무,넓은 들 자락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신선처럼 살아야 할 나무가온갖 오염을 맡으며, 소음 들으며 도심 주택가에서 사는 동안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산자락 아래 토담집 짓고 살고 싶던 내가,도심에서 어울리지 않게 찌그러져 살아가는 모습처럼...

네 팔자나 내 팔자나 매 한 가지로구나' 싶은 생각에 더 안타깝지만그래도 새들에게 나뭇가지를 빌려주는 아량을 지닌

네가 나보다 더 행복한 나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수라장이다.

호주 산불, 중국 지진, 우한 폐렴...

그러던 중 들려오는 지인의 부고 소식

세계적인 농구 선수 'NBA, LA 레이커스 소속 '코비 브라이언트'사망

그리고 그전에 이 세상을 떠난 한 세대를 주름잡던 그 많은 사람들..

그들이 유물로 남기고 간 이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런저런 부고 소식을 들으니, 남은 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내게 주어진 한 생을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들이 부쩍 늘어간다.

건강했던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딸과 함께 헬기에서 사고를 당한 세계적인 농구 선수의 죽음을 마주하고 보니

'아무리 대단한 인간의 삶이라도 확실하게 내일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소유했던 그 많은 것들

그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숱한 시간들

그것들 중 먼지만큼도 가져가지 못하고 

빈 몸으로 이곳에 왔듯이

빈 몸으로 다시 돌아간 곳, 아버지집

그곳은 어디쯤 있을 까?

그곳은 언제쯤 갈 수 있을 까?

 

 

 

 

탁한 공기를 아마도 겨울비가 걷어간 탓일까?

세상은 우울한데 아침 새들 소리는 맑고 명랑하다.

이런저런 소식들로 복작해진 내 심정도

맑고 고운 새소리로 정리가 되는 듯,

  그나마 무겁던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는 느낌이다.

 

 

 

 

 수상록에서 몽테뉴가 했던 말들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 날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더 이상하고 놀라운 것을 본 적이 없다.

온갖 기이한 것도 시간이 흐르고 습관이 들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러나 나를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그리고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기형적인 모습에 놀라고 나 자신을 이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노년이 되면 얼굴보다 정신에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다.

늙으면서 시큼해지고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이란 없으며, 있다 해도 매우 드물다.

 

신은 생명을 조금씩 빼앗아감으로써 인간에게 은총을 베푼다.

이것이 노화의 유일한 미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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