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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끼적끼적....

by 선한이웃moonsaem 2019. 11. 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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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창궐하게 만들던 여름이 지나고 지금은 조락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의 서정은 '그리움'이다. 세상에서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닿을 수 없는 인연에 대한 아쉬움, 하늘로 먼저 떠나 보낸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 결코 다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지난 과거에 대한 향수 같은 것들이 마음 속 깊이 은둔해 있다가 가을이 되면 나타난다. 

 

 

세상 참 시끄럽고 복잡하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서로가 진실이다고, 믿어 달라고 외친다. 세상따라 부산해지는 마음을 단도리 하기가 쉽지 않을 때다. 저들은 권력의 힘이 그렇게 달콤할까? 진실을 호도하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괘변을 늘어 놓고 당당히 큰소리 치는 저 자신감의 발원지는 무엇일까? 얼굴에 가면도 쓰지 않고도 저럴 수 있는 사람들이 무서운 세상이다. 영원할 것처럼 푸르던 잎도 때가 되면 쇠하여 낙엽이 되는 것을, 저들의 인생이라고 별 다를까?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꾸밈이 없는 것, 순수한 것들을 보면 가슴이 저리게 감동이 된다.

 

 

 

붉은 낙엽처럼 갈 때 가더라도 가슴 속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삶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지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맨 정신으로 뒤틀려 돌아가는 세상을 마주 대하는 일이 불편해진다. 나이가 들어 가는 증거다. 오늘 아침에는 광덕산에서 불어 오는 소슬바람 때문인지 아침에 맡는 커피 향이 좋았다. 차를 마시고 화정동 들길을 말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걸었다. 갑자기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발밑을 내려다보니 벌써 말라버린 상수리 나뭇잎 하나가 내 발에 밟혔다. 밟힌다는 것, 사물이든 사람이든 짓밟힌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밟혀본 사람만이 알겠지... 그런데 죽을 때까지 밟혀 볼 수 없는 소수 종족들이 세상을 질질 끌고 가고 있다.

 

 

 

 애시당초 없는 시심이 발동 되어 시가 쓰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 처럼.... 그러나 이미 황폐해진 마음이 시는 쓴다는 것은 엄두를 못낸다. 점점 무뎌가는 감정은 내가 늙은 아줌마가 되어 간다는 확실한 증거다. 대신에  책꽃이에서 낡은 시집 한 권 집어들고  공원 의자에 앉아 독서 하는 소녀 행색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나이가 들어도 내게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푸른 하늘과 이쁜 뜰꽃, 산들 바람이 불어 오면 아직도 흥분이 되는 일은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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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여름보다 가을에 풀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생산을 위해 수고 하던 대지들도 이제 휴식에 들어 가고 휑한 빈 들판에 바람이 인다. 긴 산문에 쉼표가 많이 들어 가듯이 점점 길어지는 인생에도 쉼표를 더 늘려야한다.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날 이다. 그래도 가을에 너무 깊이 중독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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