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13호 태풍 링링이가 왔어요

링링이 가 안산으로 달려오고 있어요

밖에는 비내리고 오고 음이온 가득한 바람이 붑니다.

무서운 녀석 태풍 링링이 가 날밤을 새고 안산으로 북상 중이네요.

일본 산 태풍이 제주도를 지나 새벽이면 우리 동네까지 온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온 국민이 아베의 경제보복을 비판하며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일본산 태풍이라니..

폭풍 대신에 하나님의 은혜가 아베 총리 마음에, 사람들 마음에 휘몰아 치면 좋겠는데요.

 

태풍 링링이 때문에 사방이 떠들썩한 아침 태풍 13호 링링이 가 지나간 자리들의 상처가 큽니다.

 바로 옆 동네, 라성 빌라 한 동은 거센 바람에 지붕이 날아갔군요.

민둥산처럼 벗겨진 지붕을 보니 자연 앞에 인간의 힘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실감이 납니다.

아마도 태풍이 오는 것은 인간 스스로가 얼마나 작고 무력한지 알고 겸손하라고 사람들에게 일러주러 오는 것이 아닐까요?

 

 

최민자의 수필 "낙타 이야기"

' 무력'이란 단어 끝에 수필가 최민자 작가의 수필 중  '낙타'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낙타가 그 많은 동물 중에 유일하게 인간을 태워주기로 한 것은 자기보다 불쌍한 짐승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사나운 뿔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이 힘센 앞발도 탐스러운 갈기도 없이, 약은 꾀 하나로 왕 노릇 하다가 욕망의 늪에 빠져 죽고 마는, 천하에 어리석고 미련스러운 천둥벌거숭이들을 묵언 설법으로 제도하기 위해,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견디는 것, 갈증도 그리움도 시간의 상처도 삭히고 삼키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타자의 죄를 지고 가는 늙은 성자처럼  저보다 더 고단한 중생 하나 잔등 위에 앉히고 낙타는 초연하게 걸어 들어간다.

아득한 비현실의 현실 속으로...

 

 

숲에서 숨바꼭질 하는 링링이

거센 파도가 치는 날 파도가 보고 싶어 부두로 향했던 그때처럼 거센 바람을 직접 대면하고 싶어서 차를 타고 장하동으로 달렸습니다. 숲이 무성한 산이 보이는 카페 '좋은 아침' 2층 야외 테라스!

도로변에는 거친 바람 링링 이를 만난 큰 거목들이 무력하게 쓰러지는데 오히려 이곳 테라스의 분홍꽃들은 생동감이 더하군요.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전투가 끝난 전쟁터 같았어요.

그러나 그곳 길가에 있는 여린 풀들은 여전히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테라스의 분홍 꽃들은 길에서 본 여린 민들레 꽃, 강아지 풀들처럼, 그 거센 바람 사이로 여유롭게 몸을 흔들고 있어요.

꺾일 듯, 꺽일듯 그러나 결코 꺾이지 않는 풀들을 보니 세상은 강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사람들의 말이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링링이 가 지난 자리 치유와 회복이 있기를.... 

차르르 쏴~ 차르르 쏴~

마치 바닷가에 서 있는 것처럼 숲에서 파도 소리가 납니다.

이 곳에 본 링링이는 어젯밤에 온 세상을 부시고 무너트리던 무섭고 포악한 바람이 아니네요.

여름 내내 더위에 시달려 지쳐 있던 숲을 깨워 숨바꼭질을 하며, 춤을 추며 놀고 있어요.

이곳에서 링링이는 숲의 해충들을 바람결에 떨쳐버리고,  여름 내내 시달린 병든 약한 나뭇가지는 미련 없이 버리겠죠?

끝까지 살아남은 나무들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고 더 단단해질 겁니다.

 

폭풍도 가뭄도 모든 것이 알고 보면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의 계획 속에 있는 것이니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회복을 기다릴 뿐입니다. 13호 태풍 링링이 가  지나간 숲은 더 푸르고 싱싱하게 느껴집니다.

태풍으로 피해 입은 이웃들의 상한 마음도 빨리 치유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