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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루리

Moonsaem's Review/Book, Movie

by 선한이웃moonsaem 2021. 5. 1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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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가 된다면,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온 영혼으로 감당해야 한다면 어떠할까?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 준 것처럼,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를 보여 준다._

 

 


이 책『긴긴밤』 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이다.

 

 

노든과 펭귄은 자신의 바다를 찾았다. 자신이 있어야 할 그곳이고 자신이 존재를 빛나게 할 곳이다. 그들이 거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든은 긴긴밤 이야기를 하며 분노와 복수심을 사라지게 할 수 있었고, 앙가부는 노든의 이야기를 통해 바깥세상의 아름다움을 듣고 꿈을 꿀 수 있었다. 배려심이란 조금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치쿠는 연민과 사랑을 소유한 펭귄이었다는 것을 노든은 알 수 있었다. 알 속에서 태어난 ‘나’ 펭귄은 치쿠와 윔보, 노든의 희생과 보살핌을 통해 태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슬프고 외롭고, 괴로움에 잠못드는 밤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 때문에 견딜 수 있다.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코뿔소 노든. 자신이 코끼리라고 생각했던 노든은 서서히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아원을 떠난다. 혼자 가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았지만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코뿔소들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우리는 홀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든이 길에서 이들을 만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행복한 기억이 된다. 때로는 노든이 사냥꾼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는 것처럼 그 행복은 불행을 만들게 되고 전혀 다른 마음과 정체성을 갖게 된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절망으로 가득찬 긴긴밤을 보내는 존재. 복수심이 삶의 목표가 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노든이 복수심으로 잠 못 이루는 코뿔소가 된 것처럼....

 

 

 

동물원에서 만난 코뿔소 앙가부와 이야기를 하며 보낸 긴긴밤은 복수심 말고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는 아침을 맞게 해준다. 기분 좋은 기억, 아내와 딸과 함께 초원을 달리던 노든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달라고 하는 앙가부가 준 선물이다. 몸을 뒤척이고 절망에 몸부림을 치는 어두운 밤에도 우리는 옆에 있는 누군가 때문에 견딜 수 있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 동물원 우리 앞에는 이런 팻말이 붙었다. 코뿔소 뿔 사냥꾼에 의해 앙가부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것 같아도, 우연히 마주칠 누군가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긴긴밤을 함께 보낼 누군가. 전쟁으로 동물원이 폭격당하고 무너진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는 길에 만난 알을 든 펭귄 치쿠. 함께 하는 길에서의 긴긴밤 동안 노든은 사냥꾼에게 죽임을 당한 가족과 앙가부에 대해서, 치쿠는 부모 없는 알을 품게 된 사연과 친구 윔보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치쿠는 기진해서 죽고 노든은 혼자 남았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치쿠가 남긴 알을 보살핀다

그리고 알에서 펭귄이 깨어나고, 알에서 깨어난 펭귄이 처음 본 것은 노든의 처음 기억이 코끼리 코인 것처럼 코뿔소의 눈이었다. 버려진 점박이 알을 알지도 못하는 치쿠와 윔보가 품어주고, 코뿔소가 보살펴 주는 기적 같은 일들 속에서……. 그리고 코뿔소 노든의 보살핌을 받으며, 바다를 향해 떠난다.

 

 

 

 

코뿔소의 여정에 펭귄의 정체성,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함께 하는 긴긴밤은 펭귄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그러나 서로 각자의 모양이 다르고 살아온 시간이 다르듯 항상 같은 생각과 마음을 품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그들 사이에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밤을 보내지만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말없이 긴긴밤을 넘기는 시간도 있었다.

 

노든이 이름을 지어달라는 펭귄에게 한 말은 자신이 찾은 존재에 대한 생각을 전달해 준다.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은 내가 아닌 것이다. 코뿔소는 뿔이 자랄 때 간지러움을 느끼고, 초원을 바람처럼 달릴 때 행복을 느끼는 존재인 것이다.나는 나로 존재하는 것이다. 점박이 알에서 태어나고 코뿔소가 키우고 호수에서 수영을 배우고, 긴긴밤 이야기를 하며 길 위에서 발견한 나. 살아남은 나. 살아남아서……노든은 코뿔소의 바다인 초원에 펭귄은 자신의 바다에 도착한다.

 

 

이 책 『긴긴밤』은 어린이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이 책 『긴긴밤』을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을 그리고 잠 못 드는 마음이 계속해서 맴을 도는 생각의 자리를. 누군가 옆에 있어도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면 그 불면의 밤은 혼자만의 것이다. 그저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어둠이 걷힌 아침을 맏이 할 것이다. 부디 그 누군가가 함께 하기를…….

 

우리 모두 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 누군가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긴긴밤』을 읽는 동안에 때로는 울컥울컥 했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온셰계를 장악한 코로나 펜터믹으로 어두운 긴 밤을 지나고 있는 것 같은 요즘, 코뿔소와 아기 펭귄, 어울리지 않는 두 동물의 여행은 어둠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북돋워 준다. 코로나로 앞날이 아득해 보이고 희망을 갖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삶의 아픔 속에서도 웅크리지 않는 주인공처럼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 본다 

 

 

『긴긴밤』의 목차

 

코끼리 고아원
뿔 없는 코뿔소
버려진 알
파라다이스
첫 번째 기억
망고 열매 색 하늘
코뿔소의 바다
파란 지평선
심사평

 

 

『긴긴밤』의  출판사 서평

 

■ 마음을 뒤흔드는 압도적인 감동의 힘
■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
■ “훌륭한 코뿔소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덩이를 타박타박 걷고 있을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줄 이야기”
“노든 곁에서 내가 같이 흰         바위코뿔소가 되어 줄게요.”

■ 미세한 잔떨림이 커다란 파동으로.
■ 2020년 『긴긴밤』으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동시 에 수상한 루리 작가의 마음을 휘감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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