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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과 가을 시

끼적끼적....

by 선한이웃moonsaem 2020. 11. 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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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온도가 바뀌었어요.

'벌써 겨을인가? '하는 마음으로

리아와 함께 화정동 산책 나왔습니다.

 

벌써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우리 곁에 와 있는 모양이예요.

이제는, 계절이 바뀌면 설레이는 마음에 앞서

유수와 같은 시간의 속도가 무섭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나보네요.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나를 앞서는 시간이 무섭습니다,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구절초의 청조한 모습을 보니

 

가을 꽃에 관한 시, 가을 노래가 떠오릅니다.

함께 사진과 시를 감상하며 가을을 만나봐요.^^

 

 

 

 

가을 / 김용택

 

가을 입니다

해질 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 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 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거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녘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이팝나무 아래에서 / 고유진

내게 남은 오월은
아직 멀었지만
안타까운 시간을 앉아 곁에 둔다

멀리 억만년의 안데스 만년설이
협곡을 따라 아마존 강을 흐르며
날려 오는 향기처럼

아득히
내 곁에 머문다
항시 떠돈다
나를 돌아 돌아
떠간다

오월 꽃가루가
억겁의 얼굴로 스치운다
가녀린 향기로 목을 감는다

또 추억이 되었다

영원의 시간이
과거로 날리 운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찔레꽃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래꽃
찔래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하나씩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팔목 아플때 내려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넘어로 내려 오시네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김영랑 / 오매 단풍 들것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붙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 것네."

 

 

 

서정주 /국화 옆에서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내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보다.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 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은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려 가다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에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런운 이마와 검은 속 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돌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집 마당을 지나 그여자의 방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 놓은 쌀밥같이
환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살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앟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마음이 먼저

있던 집
그 여자네

생각하면,생각하면 생,각,을,하,면....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 갑니다

 

 

 

 

지금쯤이면 고향 뒷산에서는

오동잎이 '툭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려나요?

넓은 논에는  바람에 출렁이고 누런 벼들이 베어나갔겠죠?

아니면 멍석에 펼쳐 놓은 붉은 고추를 가을 햇살이 말리고 있을까요??

뒤안 장독대 아래로 가지를 뻗은 감나무는 이번 태풍에 무사 했는지,

그리고 넓적한 반시 감은 빨갛게 익어가는지...

이젠 잊힐만 할텐데 타향살이가 길어질수록 

어릴적 뛰놀던 고향집 생각이 간절하네요.

 

 

그러나

부모님이 떠나신 고향이 

텅 빈 가을 들판처럼

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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