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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나보네...

끼적끼적....

by 선한이웃moonsaem 2020. 9.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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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간단한 간식거리 챙겨서 나무 밑 벤치에 앉으니

벌써 노랗게 물든 낙엽이 발아래 뒹군다.

지금은,

힘차게 솟구치던 것들이 힘없이 떨어지는 새로운 계절의 문턱이다.

 

 

 

 

시몬, 어서 가자, 나뭇잎이 져버린 숲속으로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낙엽의 빛은 부드럽고, 그 소리 너무도 나직한데

낙엽은 이 땅 위에 연약한 표류물

시몬,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해질 무렵, 낙엽의 모습은 서글프고,

바람만 몰아치면 낙엽은 정답게 외치는데

시몬,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발길에 밟히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날개 소리,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오라, 날은 이미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휩쓸고 있다

시몬,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곧,

푸르던 것들에 물이 들면 와사삭 낙엽 밟는 가을이 오겠지...

이럴 때 내가 시인이라면 멋지게 가을시 한 편 읊어 보겠는데...

 '구르몽'의 '시를 읽어 보는 것으로 ....

 

 

 

 

귀뚜라미, 여치 , 온갖 풀벌레들이 매일 밤 날이 새도록 울어댄다. 

풀벌레들이 혼신을 다해 몸으로 협연하는 애끓는 교향곡이다.

벌써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소리인가?

아득한 저곳에서 은종처럼 들려오는 유난히 맑은 어느 귀뚜라미 소리는 청아하기가 독보적이다.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 그 소리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그리운 밤이다.

곧, 어머니와 함께 걷던 화정동 들판에 노랗게 물이 오르면

그곳을 지날 때마다

"며칠 새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네...."

"몇일 전에 나락이 피더니 벌써 논이 훵하구나.." 하시던

어머니의 나지막한 음성이 귓전을 파고들 텐데... 

 늦가을 알, 앙상한 가지만 남긴 가로수들을 보시며 혼잣말을 하시고

가을걷이를 끝낸 휑한 들판을 보시고 독백처럼 중얼거리시던 어머니의 환영이 떠오를덴데....

내 보기에도 유난히 쓸쓸했던 그 해 가을 풍경 속의 어머니,

자식들 마음고생 안 시키려 지병을 숨기며 홀로 투병 중이셨던 어머니의 눈에는

그 해 가을 풍경이 얼마나 더 쓸쓸해 보이셨을까

그때 어머니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백지장처럼 하얗던 어머니의 얼굴이 가을 햇살에 더욱 투명했었지

힘겹게 엄마가 걸어오신  어머니의 '여로', 나도 곧 그 길 따라가다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생전에 다 읽어드리지 못했던 울 엄마의 마음을 다 읽어 드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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