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축축한 주말,
남편은 리모컨과 소파 위에서 뒹굴뒹굴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동 작가 '김개미'님의 '오빠'라는 동시가 떠오릅니다.
자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보다 잘났대
나보다 오줌도 많이 싸고
여드름도 많대
똥냄새도 지독하고
쌍코피도 터져 봤대
하여튼, 자기는 어마어마한 사람이래
늙어서 좀 피곤하다나?
치사 빤스
무슨 오빠가 저래?
방바닥에 둘러붙어 귓밥이나 파고
물 떠 달라
먹을 것 없냐
제대로 큰 귓밥 하나
눈에 쏙 들어 가라
벽에 못 하나 박아 줄 때마다
'이래서 남편이 있어야겠지?
'이래 봬도 대한민국 육군 출신이야'
영웅담이나 늘어놓고...
배고파도
제 손으로 절대 밥상 안 차리고
주린 배 붙들며 목 빼고 기다리는...
무슨 남편이 그래?
치사빤스...
결혼 전,
슈퍼맨이라도 될 것 같던 내 남편 어디 갔을까요?
아직 가을도 되기 전인데
오늘
내 마음에는 벌써 낙엽이 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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